동진쎄미켐은 쉽게 말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화학 재료를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반도체 칩을 만들 때는 웨이퍼(반도체 기판) 위에 아주 작은 회로 패턴을 그려야 하는데, 이때 빛에 반응하는 특수 액체를 칩 위에 바릅니다. 이 액체가 바로 동진쎄미켐의 핵심 제품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 PR)**입니다. 포토레지스트 없이는 반도체도, 스마트폰 화면(OLED·LCD)도 만들 수 없습니다.
사업부문별 매출 구성 (2025년 기준)
| 사업부문 | 매출액 | 비율 |
|---|---|---|
| 국내 전자재료 (감광액, Wet Chemical 등) | 9,608억원 | 80.5% |
| 해외 전자재료 | 1,488억원 | 12.5% |
| 국내 발포제 | 596억원 | 5.0% |
| 해외 발포제 | 242억원 | 2.0% |
| 정제유 | 8억원 | 0.1% |
| 합계 | 1조 1,941억원 | 100% |
전자재료 사업이 전체 매출의 93%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중입니다. 발포제(신발 밑창, 건축 자재 등에 쓰이는 기포 소재)는 2026년 1월 물적분할로 '동진이노켐'이라는 별도 회사로 분리됐습니다.
주요 고객사와 매출 의존도
동진쎄미켐의 고객은 극소수의 초대형 기업들입니다.
결국 삼성전자 한 곳이 전체 매출의 60%를 가져다주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 3D 낸드플래시 공정에 쓰이는 두꺼운 KrF 포토레지스트는 동진쎄미켐이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구조
포토레지스트 세계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90%를 장악한 과점 시장입니다. JSR코퍼레이션과 도쿄오카공업(TOK)이 각각 약 27%, 26%를 차지하고, 신에츠화학, 스미토모화학, 후지필름이 뒤를 잇습니다. 동진쎄미켐은 이 시장에서 유일한 한국 플레이어로, 글로벌 점유율 5% 이상을 인정받아 2025년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습니다.
동진쎄미켐의 경쟁 우위
동진쎄미켐이 일본 대형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삼성전자와의 독점적 협력 관계입니다. 삼성의 3D 낸드플래시(V-NAND, 칩을 수직으로 쌓아 용량을 높이는 기술) 공정에 필요한 두꺼운 KrF 포토레지스트는 동진쎄미켐만이 공급합니다. 경쟁사가 단순히 제품을 흉내낸다고 해서 뚫을 수 없는 기술 장벽과 고객 신뢰가 쌓여 있습니다.
둘째, **원자재 내재화(직접 만드는 능력)**입니다. 일반적으로 포토레지스트 제조사는 핵심 원료를 외부에서 구입하는데, 동진쎄미켐은 계열사를 통해 주요 원자재를 직접 합성·정제합니다. 덕분에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합니다.
셋째, 2019년 일본 수출규제 반사이익의 고착화입니다.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규제했을 때, 한국의 반도체 업계는 공급처를 다변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진쎄미켐의 점유율이 크게 확대됐고, 이후 일본의 규제가 풀렸음에도 삼성전자 등은 공급망 리스크를 이유로 동진쎄미켐에 대한 의존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 실적: 매출은 늘었지만 순이익은 줄었다
2025년 매출은 1조 1,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성장했습니다. AI 산업 성장으로 반도체 소재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 덕분입니다. 그러나 영업이익(1,724억원)은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고, 당기순이익(940억원)은 35% 급감했습니다. 이는 스웨덴 현지 법인(동진스웨덴) 자산에 대한 대규모 손상차손(자산 가치 하락 인식)과 해외법인 매각 관련 비용이 영향을 미친 결과입니다.
산업의 방향성 — AI가 반도체 소재 수요를 끌어올린다
AI 서버와 고성능 메모리(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반도체 공장들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공장이 풀 가동될수록 포토레지스트, Wet Chemical(세척·식각 용액) 등 소모성 재료 사용량도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동진쎄미켐의 매출은 반도체 업황이 좋으면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구조입니다.
회사의 투자 베팅 — 무엇에 돈을 쏟고 있나?
1) EUV(극자외선) 공정용 포토레지스트 개발 EUV는 반도체를 더 미세하게 만들기 위해 쓰는 최첨단 노광 기술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가 EUV 공정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공정에는 기존 KrF와는 전혀 다른 특수 포토레지스트가 필요합니다. 동진쎄미켐이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성공하면 → 기존 고객사에 더 고가의 첨단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 매출 단가와 영업이익률이 동시에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2) 이차전지·연료전지 소재 — 차세대 먹거리 전자재료에서 쌓아온 소재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핵심 재료인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CNT 도전재는 배터리 안에서 전기가 잘 흐르도록 돕는 소재입니다. 이 소재가 양산 공급망에 진입하면 →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성장과 함께 → 동진쎄미켐이 배터리 소재 업체로서의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2025년 이차전지 관련 매출은 154억원(전체 약 1.3%)으로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3) 연구개발(R&D) 비중 지속 확대 2025년 연구개발비는 659억원으로 매출 대비 5.5%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비중은 3년 연속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측면에서도 2025년 한 해에만 40건 이상의 신규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리스크 1: 삼성전자의 공정 변화
가장 현실적인 단기 리스크입니다. 2025년 하반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신 9세대 낸드플래시 공정에서 포토레지스트 도포량을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공정 혁신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동진쎄미켐이 독점 공급하는 KrF 두꺼운 포토레지스트의 연간 매출은 약 2,5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삼성의 공정 변화가 고착화되면 이 중 상당 부분이 점진적으로 감소할 수 있습니다.
리스크 2: 삼성전자 단일 고객 집중
매출의 59%가 삼성전자 한 곳에서 나옵니다. 삼성전자의 생산 계획이 바뀌거나, 삼성이 다른 공급사를 육성하기로 결정하거나, 삼성 반도체 사업 자체의 업황이 나빠지면 그 충격이 동진쎄미켐에 그대로 전달됩니다.
리스크 3: 이차전지 신사업의 불확실성
CNT 도전재, 실리콘 음극재 등 배터리 신소재 사업은 기대는 크지만 아직 매출 기여가 미미합니다. 배터리 업계는 이미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저가 공세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동진쎄미켐이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어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으며, 그사이 경쟁 환경이 불리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AI 서버 투자가 당분간 반도체 소재 수요를 받쳐준다" AI 반도체와 HBM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 한국 팹(반도체 공장)의 가동률이 유지·상승하고 → 동진쎄미켐의 소모성 전자재료 매출이 안정적으로 확대됩니다. 특히 SK하이닉스 HBM 증설에 따른 Wet Chemical 수요 증가가 추가 성장 레버가 될 수 있습니다.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 성공 시 단가와 이익률이 동시에 도약한다" 기존 KrF보다 훨씬 고가인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삼성·SK하이닉스에 공급망으로 진입하면 → 같은 양을 팔아도 수익이 크게 늘어나고 → 일본 기업들이 장악한 EUV 소재 시장에서 국산화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 법인 매각으로 재무 구조가 깔끔해진다" 수익성이 불투명하던 중국 10개 법인을 매각(2026년 7월 완료 예정)하면 → 연간 3,300억원의 중단영업 매출이 사라지는 대신, 자본이 유입되고 비효율 자산이 제거되어 → 본업 집중도와 재무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의존도 60%는 구조적 리스크다" 삼성전자의 공정 혁신(PR 사용량 감소)이나 외부 경쟁사 육성 등의 방향 변화가 발생하면 → 동진쎄미켐은 대체 고객사를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고 → 매출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신사업(이차전지)이 언제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들지 가늠이 어렵다" 배터리 소재 사업의 현재 매출 기여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심한 시장에서 동진쎄미켐이 경쟁력 있는 가격과 품질로 공급망에 진입하기까지, 수년간의 추가 R&D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결국 본업(전자재료)의 성장성 둔화를 신사업이 상쇄하지 못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