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한마디로 "배터리에 들어가는 얇은 구리막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1987년 일진머티리얼즈로 설립됐다가, 2022년 롯데케미칼이 약 1조 7,000억 원에 인수해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핵심 제품은 **Elecfoil(일렉포일, 동박)**입니다. 동박은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수준인 두께 10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안에서 전기를 흐르게 해주는 음극 집전체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전기차 배터리가 충·방전될 때 전자가 이동하는 고속도로 같은 존재입니다. 이것 없이는 배터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또 다른 사업은 건설부문으로, 건물 외벽을 유리로 덮는 커튼월(Curtain Wall) 공법 전문 시공입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시청 신관, Dior·Hermès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시공한 국내 1위 사업자입니다.
2025년 매출 구성
| 사업부문 | 매출액(억원) | 비중 |
|---|---|---|
| 소재부문 (Elecfoil 등) | 약 4,389 | 약 65% |
| 건설부문 (커튼월·건설) | 약 1,657 | 약 24% |
| 연결조정 등 | 약 729 | 약 11% (차감) |
| 합계 | 6,775 | 100% |
Elecfoil 제품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전기차·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지박과, AI 가속기(엔비디아 같은 고성능 반도체가 탑재된 기판)·스마트폰·컴퓨터용 회로기판에 쓰이는 회로박입니다.
주요 고객은 삼성SDI(전지박)와 PCB(인쇄회로기판) 업체들(회로박)입니다. 수출 비중이 내수보다 훨씬 높으며, 말레이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글로벌 공급도 이루어집니다.
매출은 2024년 9,023억 원에서 2025년 6,775억 원으로 25% 줄었고, 영업손실은 1,452억 원으로 적자 폭이 더 커졌습니다. 단순히 수요가 줄어서가 아닙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는 '캐즘(Chasm, 초기 수요와 대중 수요 사이의 정체 구간)' 현상이 덮쳤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고정비 부담이 고스란히 손익에 반영됐습니다.
글로벌 동박 시장은 SK넥실리스(SK 계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미쓰이금속(일본), 후루카와전기(일본), 링바오와슨(중국) 등 10개 미만의 기업이 과점하는 구조입니다. 울트라씬(초극박) 동박 시장에서는 SK넥실리스가 약 25%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롯데에너지는 그 뒤를 추격하는 위치입니다.
가장 큰 위협은 중국 업체들입니다. 링바오, 누오드 등 중국 기업들이 낮은 원가를 앞세워 범용 동박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롯데에너지가 이에 맞서는 전략은 "그들이 못 만드는 걸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롯데에너지는 2013년 업계 최초로 '초극박·고강도·고연신을 동시에 만족하는' High-End Elecfoil을 개발했습니다. 일반 동박이 두꺼운 면 티셔츠라면, High-End 동박은 얇으면서도 찢어지지 않는 고어텍스 같은 제품입니다. 배터리 제조 공정이 정밀해질수록, 특히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나 건식 공정 등 차세대 공법에서는 이런 고성능 동박이 필수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고 회사는 자신합니다.
동박 시장의 성장 동력은 명확합니다. 전기차와 ESS 수요 확대, 그리고 최근 새롭게 부상한 AI 데이터센터 수요입니다. 글로벌 EV 시장은 2026년 약 2,490만 대에서 2030년 약 4,180만 대로 연평균 14% 성장이 예상되고, ESS 시장도 같은 기간 연평균 16% 성장이 기대됩니다. 롯데에너지가 주목하는 북미·유럽 Elecfoil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1% 성장이 예상됩니다.
① AI 가속기용 회로박 공략 엔비디아 같은 AI 반도체를 탑재하는 기판(PCB)에는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는 HVLP(초저조도) 동박이 필요합니다. 롯데에너지가 이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고객사 평가를 진행 중입니다. 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 이 제품 채택이 확정되면 → 기존 전지박 의존도를 낮추고 고수익 회로박 매출이 생깁니다.
② 말레이시아·스페인 공장 증설 현재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13만 톤으로 키우고, 스페인 공장(하이엔드 전용, 연 3만 톤 규모)도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북미·유럽은 IRA(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정책 덕분에 현지 공급망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 현지 생산거점이 없으면 고객사 수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 이 공장들이 완공되면 서구권 수주 경쟁력이 크게 올라갑니다.
③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LFP 양극재) 전고체 배터리용 황화물계 고체전해질과,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용 양극재를 개발 중입니다. 각각 2024년 Pilot(소규모 시험) 공장을 준공했습니다. 동박에서 갈고닦은 소재 제조 기술을 →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넓히면 → 배터리 소재 종합회사로의 도약이 가능합니다. LFP 양극재는 이미 1개 고객사의 승인을 완료했습니다.
2025년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은 전기차 수요 성장 둔화였습니다. 설비투자는 이미 대규모로 집행됐는데 수요가 늦게 오면, 감가상각비·고정비가 쌓이며 적자가 이어집니다. 회사의 매출 회복은 결국 전기차 보급 속도에 달려 있어서, 시장 회복이 1~2년만 더 늦어져도 재무 부담이 커집니다.
중국 동박 업체들은 자국 보조금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가격을 낮추고 있습니다. High-End 전략이 통하는 고객에게는 효과적이지만, 가격이 중요한 범용 시장에서는 경쟁이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이 압박이 동박 단가를 전반적으로 끌어내릴 위험이 있습니다.
2025년 투자활동으로 3,743억 원이 나갔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전년 4,186억 원에서 1,051억 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스페인·말레이시아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기까지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 있고, 영업에서 현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외부 차입에 의존해야 합니다. 다만 현재 부채비율은 23%로 아직 재무구조 자체는 양호한 편입니다.
소재부문의 핵심 고객이 삼성SDI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삼성SDI의 배터리 수주 상황이나 전략 변화가 롯데에너지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고객 다변화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전기차와 AI, 두 가지 성장 엔진을 동시에 탄 회사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에도, AI 서버 기판에도 필요합니다. 두 시장 모두 구조적 성장 궤도에 있고, 롯데에너지는 양쪽 모두에 제품을 공급합니다. 지금은 캐즘으로 전기차 수요가 정체됐지만, AI향 회로박이 단기 실적을 보완하는 동안 전기차 회복을 기다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북미·유럽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이 실적 반등의 트리거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서구 정책은 북미·유럽 현지 생산 동박을 우대합니다. 스페인 공장이 가동되면 유럽 배터리 고객사에 직접 납품이 가능해지고 → 이는 수주 확대와 단가 방어로 이어집니다. 공장 완공 시점에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수 있다고 본다면 지금은 그 직전 구간입니다.
"부채비율 23%, 재무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부채비율이 23%에 불과합니다. 1조 5,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하이브리드채권)를 발행해 자본으로 인식하고 있어 외형적으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입니다. 추가 투자나 시장 회복 시기까지 버틸 여력이 있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전기차 캐즘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핵심 매출인 전지박 수요는 전기차 보급 속도에 달려 있습니다. 2025년에도 이미 회복을 기대했지만 실망으로 끝났습니다. 전기차 수요 회복이 또다시 지연된다면 2026년에도 대규모 적자가 반복될 수 있고, 그 사이 현금은 계속 줄어듭니다.
"1조 7,000억 원 인수 비용의 무게" 롯데케미칼이 비싸게 산 회사를 시장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인수 후 지금까지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소재 개발(고체전해질, LFP)도 상용화까지 수년이 남아 있습니다. 투자금 회수 시점이 계속 뒤로 밀리는 구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