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은 쉽게 말해 "복제 바이오 의약품(바이오시밀러)을 전 세계에 직접 파는 회사"입니다.
바이오시밀러란 특허가 만료된 고가 바이오의약품(암·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을 유사하게 만들어 훨씬 저렴하게 공급하는 약입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100만 원짜리라면, 바이오시밀러는 보통 50~70만 원 수준으로 공급되죠. 의료비 절감 수요가 크기 때문에 병원과 정부 모두 적극적으로 채택합니다.
셀트리온은 2013년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를 유럽에 출시한 후, 현재 11개 제품의 글로벌 판매 허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경쟁사 없이 유일하게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짐펜트라)으로 미국 FDA 신약 허가까지 받았습니다.
2025년 매출 구성
| 사업부문 | 매출액 | 비율 |
|---|---|---|
| 바이오의약품 | 3조 8,825억 원 | 93.3% |
| 케미컬의약품 (고덱스 등) | 2,722억 원 | 6.5% |
| 기타 | 148억 원 | 0.2% |
| 합계 | 4조 1,625억 원 | 100% |
돈을 버는 구조는 단순합니다. 항체 바이오의약품을 인천 송도 공장(25만 리터)과 미국 브랜치버그 공장(6.6만 리터)에서 생산한 뒤, 유럽·미국·아시아·중남미 등에 설립한 현지 법인을 통해 직접 병원과 도매상에 판매합니다. 2023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하면서 "개발-생산-판매"를 모두 직접 하는 체제를 완성했습니다.
셀트리온의 직접적인 경쟁자는 글로벌 제약 대기업들입니다. 같은 성분의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회사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국내), 암젠, 화이자, 산도즈(노바티스 자회사) 등이 있습니다.
셀트리온이 경쟁에서 이기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일찍 들어왔습니다. 램시마는 2013년 유럽에 출시된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입니다. 의사들은 한번 쓰기 시작한 약을 잘 바꾸지 않기 때문에, 먼저 처방 습관을 잡은 회사가 유리합니다. 결과적으로 램시마 제품군은 2025년 3분기 기준 유럽에서 68%라는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국 84%, 프랑스 81%, 독일 74% 수준입니다.
둘째, 직접 판매합니다. 많은 경쟁사들이 현지 유통사에 의존하는 반면, 셀트리온은 유럽·미국·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직접 병원에 영업합니다. 중간 마진이 없어지니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고객과의 관계도 직접 쌓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영업이익률은 28.1%로, 전년(13.8%)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합병 초기의 비용 충격이 해소되고, 직판 효과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트룩시마(혈액암 치료제)는 2025년 2월 미국에서 35.8%의 점유율로 오리지널 의약품(화이자, 로슈·제넨텍)을 포함한 모든 리툭시맙 제품을 제치고 처방 1위를 달성했습니다. 대한민국 바이오시밀러 중 미국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산업 방향성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 매출 상위 50개 의약품 중 27개가 2030년까지 미국 또는 유럽에서 특허가 만료됩니다. 2025~2030년 사이 특허만료 예정 의약품의 2024년 합산 매출액은 약 185조 원(1,276억 달러) 수준입니다. 셀트리온처럼 공장과 허가 역량을 이미 갖춘 회사에게 이 특허 만료는 곧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의 4가지 성장 베팅
베팅 1: 신규 출시 5종 제품의 풀 연간(Full-year) 매출 반영 2025년 하반기에 집중 출시된 스테키마(건선), 옴리클로(두드러기), 스토보클로(골다공증), 앱토즈마(류마티스), 아이덴젤트(안과)는 연말 기준 처방이 빠르게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하반기에만 팔았던 이 제품들이 2026년부터 1년 치 매출로 잡히면 → 전체 바이오시밀러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베팅 2: 미국 CMO(위탁 생산) 사업 개시 2025년 12월 미국 일라이릴리(Eli Lilly)와 2026~2029년 약 6,787억 원(4억7,300만 달러) 규모의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 브랜치버그 공장을 인수해 자사 제품 생산은 물론 타사 제품을 수주 생산하는 새 수익원이 생긴 것입니다. 글로벌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통과로 중국 CMO 기업(우시바이오로직스 등)에 대한 제재 압박이 커지면서 → 대체 CMO 수요가 증가하고 → 셀트리온 브랜치버그 공장의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베팅 3: 신약 파이프라인(ADC·이중항체) 항체-약물 결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는 암세포만 골라 약물을 전달하는 차세대 항암제입니다. 셀트리온은 2025년에만 ADC 신약 3종(CT-P70, CT-P71, CT-P73)의 임상 1상을 시작했고, 이중항체 신약 CT-P72도 임상 IND 승인을 받았습니다. 임상 1상 성공 → 임상 2/3상 → 허가 → 신약 매출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바이오시밀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핵심 포트폴리오입니다.
베팅 4: 짐펜트라 미국 성장 짐펜트라(인플릭시맙 피하주사)는 세계 유일의 제품입니다. 90% 이상의 보험 커버리지를 확보했고, 월평균 31%대의 처방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피하주사(자가 투여 가능)이기 때문에 정맥주사제와 달리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어 환자 편의성이 높습니다 → 처방 전환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약가 인하 정책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의약품 가격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약 가격이 낮아지면 → 바이오시밀러가 줄 수 있는 할인폭이 줄어들고 → 셀트리온의 가격 경쟁력 메리트가 약해집니다. 2025년 매출의 92.8%가 바이오시밀러에서 나오는 만큼, 이 정책의 영향이 직접적일 수 있습니다.
경쟁 심화 주요 제품마다 후발 바이오시밀러 경쟁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키트루다(면역항암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는 셀트리온 포함 10개 이상의 플레이어가 진입 중이고, 다잘렉스(다발성골수종)도 유사한 상황입니다. 경쟁자가 많아지면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고, 판매관리비 지출도 늘어납니다.
ADC·신약 R&D 리스크 셀트리온은 2025년 연구개발비로 4,824억 원을 사용했습니다. ADC, 이중항체 등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은 모두 임상 초기 단계로, 임상 실패 시 매몰 비용이 발생하고 신약 사업 전략 전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단기 유동성 부채 증가 2025년 말 단기차입금을 포함한 총 차입금이 3조 6,901억 원으로, 전년(2조 1,619억 원) 대비 70% 이상 증가했습니다. 브랜치버그 공장 인수 등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결과지만, 부채비율은 28.71%(전년 19.77%)로 아직 안전권이긴 해도 단기 상환 부담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승 시나리오
신제품 5종의 미국 보험 등재가 빠르게 확대된다면: 스테키마, 앱토즈마 등이 미국 주요 PBM(처방약 급여 관리 기업) 처방집에 선호 약으로 등재되면, 병원 채택이 빠르게 늘어납니다. 2026년 이 제품들의 Full-year 매출이 쌓이면서 전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습니다.
CMO 수주가 릴리 이외로 확장된다면: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중국 CMO를 쓰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고 있습니다. 셀트리온 브랜치버그 공장이 추가 수주를 받는다면, 지금까지는 없던 B2B 제조 수익이 생겨 이익 안정성이 높아집니다.
짐펜트라 처방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월 31%의 처방 성장률이 지속된다면, 2~3년 내 미국에서 의미 있는 신약 매출이 발생하고 수익 구조가 바이오시밀러 의존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하락 시나리오
트럼프 약가 인하 정책이 바이오시밀러 할인 구조를 흔든다면: 오리지널 약 가격이 강제로 낮아지면 셀트리온 제품의 가격 인하 압박도 커집니다. 매출은 유지해도 이익률이 떨어질 수 있고, 지금의 28% 영업이익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ADC 임상이 잇따라 실패한다면: CT-P70, CT-P71, CT-P72, CT-P73 모두 아직 임상 1상 수준입니다. 향후 2~3년 안에 유의미한 임상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신약 사업 전략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R&D 비용 대비 성과라는 의문이 커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