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당신이 입는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옷을 실제로 만드는 회사."
영원무역은 1974년에 설립된 글로벌 아웃도어·스포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즉 브랜드 이름 붙여서 팔아주는 제조업체) 기업입니다. 브랜드 간판은 노스페이스지만 실제 공장은 영원무역인 셈입니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 등 전 세계 공장에서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신발, 백팩을 만들어 약 40여 개의 해외 유명 브랜드에 납품합니다.
사업부문별 매출 구성 (2025년 기준)
| 사업부문 | 주요 사업 | 매출 비중 |
|---|---|---|
| 제조OEM |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신발, 백팩 생산 수출 | 68% |
| SCOTT |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유통 | 28% |
| 기타 (OR) |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Outdoor Research 유통 | 4% |
영원무역의 돈 버는 구조는 단순합니다.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같은 브랜드가 "이런 재킷 5만 장 만들어줘"라고 주문하면,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만들어 납품합니다. 브랜드가 디자인과 마케팅을 하고, 영원무역은 제조와 납기를 책임지는 분업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해 2015년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SCOTT을 인수하면서 단순 제조업체를 넘어 브랜드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SCOTT은 유럽과 북미에서 자전거를 직접 팔기 때문에 OEM과는 전혀 다른 사업 방식입니다.
국내 OEM 경쟁사와의 차별점
의류 OEM 시장에서 영원무역의 국내 경쟁사로는 한세실업, 세아상역, 신성통상 등이 있습니다. 이들도 모두 방글라데시·베트남 등지에 공장을 두고 해외 브랜드에 납품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영원무역이 확연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1) 취급 품목의 난이도가 다릅니다. 보통 의류 OEM 업체들은 기본적인 티셔츠나 면 의류를 주로 만듭니다. 영원무역은 고어텍스 재킷, 방수·방풍 기능 제품, 특수 패딩처럼 기술력이 필요한 아이템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사인 Eclat(대만)이 스포츠 특수 원단, Hansae(한세실업)가 범용 의류에 강점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영원무역은 테크니컬 아웃도어라는 고난도 영역을 오랜 기간 장악해 왔습니다.
2) 공장 규모와 자체 소유가 핵심입니다. 방글라데시 KEPZ(한국수출가공공단)를 350만 평 규모로 운영 중이며, 이는 세계 최대 수준의 아웃도어 의류 생산 단지입니다. 공장을 임차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소유·운영하기 때문에 비용 통제력과 품질 관리 수준이 다릅니다. ISO 22301(사업연속성 관리시스템, 쉽게 말해 어떤 재난이나 위기가 와도 납기를 맞출 수 있다는 인증)을 의류제조업계 세계 최초로 획득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3) 원단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OEM 업체는 외부에서 원단을 사서 옷을 만듭니다. 영원무역은 베트남 남딘 공장에서 메리노울 원단, 폴리에스터 플리스, 기능성 원단을 직접 생산합니다. 원단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납기가 짧고, 원가 통제도 더 잘 됩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원단부터 완제품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2025년 실적은 크게 개선됐습니다. 매출 4조 636억 원(전년비 +15.5%), 영업이익 5,144억 원(전년비 +63.0%). 2023년에 글로벌 소비 둔화로 주문이 크게 줄었다가, 2024년 하반기부터 OEM 주문이 회복세를 탄 결과입니다. 자전거(SCOTT) 사업은 아직 적자지만, 재고 소진 작업을 통해 손실 규모가 줄었습니다.
산업 방향성 — 이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는가?
글로벌 스포츠 의류 시장은 2024년 약 2,157억 달러 규모로 평가되며, 2032년까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애슬레저(운동복이 일상복으로)' 트렌드와 야외 활동 인구 증가가 구조적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기능성 소재(방수, 방풍, 메리노울 등)에 대한 소비자 수요도 높아지는 추세라, 단순 의류보다 기술 집약적 제품을 만드는 영원무역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회사의 베팅 — 이 회사는 무엇에 돈과 시간을 쏟고 있는가?
[베팅 1] 원단 수직계열화 확대 방글라데시와 베트남에 원단 공장(KPP, 남딘 텍스타일 단지)을 계속 증설하고 있습니다. 원단을 직접 만들면 → 납기가 짧아지고 → 바이어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주문이 더 들어오고 → 매출 단가도 높아집니다. 원단 사업이 커질수록 단순 봉제 업체와의 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집니다.
[베팅 2] 생산기지 다변화 — 케냐, 인도, KEPZ 확장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방글라데시 집중)에 대비해, 케냐와 인도에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케냐가 아프리카 성장기회법(AGOA, 미국 수입 관세 면제 혜택)의 수혜국이라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미국향 제품을 케냐에서 만들면 → 관세 혜택을 받으면서 → 방글라데시 의존도도 줄일 수 있습니다.
[베팅 3] SCOTT 재고 정상화 후 브랜드 회복 코로나 이후 급증했던 자전거 수요가 꺾이면서 SCOTT은 2023~2024년 재고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할인 판매와 SKU(제품 종류) 합리화로 재고를 털어내는 중입니다. 재고가 정상화되면 → 다시 신제품 출시와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복귀할 수 있고 → 자전거 사업이 흑자로 전환되면 전사 이익이 크게 뛸 수 있습니다. E-BIKE(전기자전거) 시장 성장이 SCOTT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리스크 1] 방글라데시 집중 위험
전체 OEM 생산의 상당 부분이 방글라데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방글라데시는 정치적 불안정(2024년 정권 교체 등), 빈번한 홍수 등 자연재해, 전기·가스 인프라 부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최저임금도 지속 인상 중입니다. 이런 변수들이 동시에 터지면 납기 차질이 생기고, 바이어 신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리스크 2] 미국 관세 정책 변화
영원무역의 바이어 대부분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처럼 미국 브랜드입니다. 미국이 방글라데시나 베트남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바이어들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 오더 규모가 줄거나 →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습니다. 방글라데시는 현재 GSP(일반특혜관세, 개발도상국 수입품 관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지만, 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합니다.
[리스크 3] SCOTT 사업 회복 지연
자전거 시장의 재고 조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E-BIKE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이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면 SCOTT의 흑자 전환 시점이 계속 미뤄질 수 있습니다. SCOTT은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하는 큰 사업부이므로, 여기서 손실이 지속되면 전사 이익에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상승 시나리오
SCOTT 흑자 전환: 유럽·북미 자전거 시장 재고가 예상보다 빨리 소화되고 SCOTT이 흑자로 돌아서면, 전사 영업이익이 현재보다 크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특히 OEM 사업(영업이익률 높음)과 SCOTT 흑자가 동시에 나오는 구간이 오면, 이익의 질 자체가 달라집니다.
원단 수직계열화 성과: 남딘·KEPZ 원단 공장의 생산 안정화로 원가가 낮아지고 바이어 추가 수주가 이어진다면, OEM 사업부의 이익률이 한 단계 더 상승하는 계기가 됩니다.
글로벌 아웃도어 소비 회복: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유럽·북미 소비자 신뢰가 개선되면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주요 바이어들의 오더 규모가 다시 확대될 수 있습니다.
하락 시나리오
방글라데시 공장 가동 차질: 정치 불안 심화나 대규모 홍수 등으로 방글라데시 공장 생산이 수주일 이상 차질을 빚으면, 납기 신뢰도가 흔들리고 일부 바이어들이 공급처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 관세 급등: 바이어들이 방글라데시·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미국 관세 부담을 영원무역에 전가하려 한다면 마진 압박이 커집니다. 바이어가 공급처를 멕시코나 중남미로 바꾸는 움직임이 생기는지 주시해야 합니다.
SCOTT 적자 지속: 글로벌 자전거 시장이 구조적 침체(인구 감소, 도심 교통 패턴 변화 등)로 들어간다면, 재고 정상화 이후에도 SCOTT의 의미 있는 이익 창출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