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를 만드는 공장에는 배터리를 만드는 기계가 필요합니다. 피엔티는 바로 그 기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극(배터리의 핵심 부품)을 생산할 때 쓰는 설비를 제조해서 납품합니다. 쉽게 말해 배터리 공장의 핵심 생산라인을 설계하고 설치해주는 '배터리 공장 빌더'입니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RtoR(Roll-to-Roll)이라는 공정입니다. 마치 두루마리 휴지처럼 얇은 금속박(foil)을 롤에 감아가며 고속으로 가공하는 방식인데, 배터리 전극을 만드는 데 필수적입니다. 피엔티는 이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약 39%)로 추정됩니다.
사업부별 매출 구성 (2025년 연결 기준)
| 사업부 | 매출 | 비중 |
|---|---|---|
| 2차전지 사업부 | 6,660억원 | 약 89% |
| 소재 사업부 | 1,135억원 | 약 11% |
주력인 2차전지 사업부에서는 전극 코팅기(Coater), 압연기(Press), 절단기(Slitter), 노칭기(Notching Machine) 등을 만듭니다. 소재 사업부는 전지박(배터리에 쓰이는 얇은 구리 시트) 생산 장비,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장비 등을 제조합니다.
주요 고객은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중국의 EVE에너지, 일본의 AESC, 중국 LS엠트론까지 글로벌로 넓혀져 있습니다. 매출의 약 89%가 수출에서 발생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습니다.
2차전지 전극 공정 장비 분야의 주요 경쟁사는 크게 두 부류입니다. 일본계 장비 업체(히라노 테크시드, CKD 등)가 과거 이 시장을 장악했으나, 피엔티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를 통해 이들을 밀어냈습니다. 국내에서는 씨아이에스(CIS), 유일에너테크 등이 경쟁하지만, 피엔티는 전극 공정의 전 단계(코팅→압연→절단→노칭)를 모두 커버하는 유일한 업체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턴키(Turn-key) 공급 능력: 일반적으로 장비 업체들은 특정 공정 하나에 특화됩니다. 피엔티는 코팅부터 노칭까지 전극 제조 라인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 공급, 설치, 컨설팅까지 해줍니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는 여러 업체와 각각 협력할 필요 없이 피엔티 하나에 맡길 수 있어 초기 투자 효율이 훨씬 높습니다.
기술 선점: 고속 압연 프레스, 건식 도포 노칭, 다단 Press-Slitter 통합라인 등에서 세계 최초 양산 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객사가 신제품을 개발할 때 초기 단계부터 함께 들어가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양산 단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장비를 독점 공급받는 경향이 생깁니다.
국산화로 쌓은 신뢰: 2012년 리튬이온전지 전극용 고속 광폭 코터를 최초로 국산화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이후 국내 배터리 3사와의 오랜 협력 관계가 새로운 수주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2025년은 2024년의 급성장(매출 1조 358억원, 전년 대비 90% 증가) 이후 조정 국면이었습니다. 연결 기준 매출 7,4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956억원으로 42% 줄었습니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로 배터리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12.8%를 유지했고, 2025년 말 기준 수주잔고는 연결 기준 약 1조 5,189억원으로 향후 매출 기반을 든든히 받치고 있습니다.
2차전지 장비 시장의 구조적 성장 동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과 전기차 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배터리 생산 능력(CAPA) 확대는 필연적이며, 이는 장비 수요로 이어집니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 증가도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단기적 침체는 있지만 중장기 방향은 배터리 수요 확대입니다.
베팅 1: 건식 전극 공정 장비 기존 배터리 전극 제조는 습식 공정(유기용매를 쓰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 부담도 큽니다. 테슬라가 선도하고 있는 건식(Dry) 전극 공정은 용매 없이 분말 소재를 직접 압착하는 방식입니다. 피엔티는 이 건식 전극 장비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한국 기업 중 하나로, 현재 여러 국책과제를 수행 중입니다. 건식 공정이 상용화되면 → 기존 습식 장비를 전부 교체해야 하고 → 선행 개발 역량을 갖춘 피엔티가 대형 수주를 독점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의왕 공장에 전고체 배터리 전극 공정 장비를 이미 공급했다는 사실이 기술력을 입증합니다.
베팅 2: 배터리 밸류체인 수직 통합 피엔티는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소재-장비-배터리 셀로 이어지는 수직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피엔티머티리얼즈를 통해 LFP(리튬인산철) 양극재와 배터리 셀 사업을 시작했고, 구미 국가산단에 LFP 배터리 공장 건설도 진행 중입니다. 소재를 직접 만들면 → 자사 장비의 성능 검증이 쉬워지고 → 고객에게 '소재+장비+공정 컨설팅'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어 경쟁사와 확실히 차별화됩니다.
베팅 3: 글로벌 거점 확대 2025년 프랑스 법인(People & Technology France)을 신설했고, 2026년 1월 CES에 참가해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했습니다. 유럽의 배터리 공장 신설 붐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연구개발비도 2023년 158억원 → 2024년 198억원 → 2025년 259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어 기술 투자 의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주 집중도와 업황 동조화: 매출의 약 89%가 2차전지 사업부에서 나옵니다. 전기차 시장이 흔들리면 피엔티 실적도 같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2025년이 이를 증명했습니다. 수주잔고가 아무리 많아도 신규 수주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향후 매출 감소가 불가피합니다.
차입금 급증: 공장 증설과 신사업 투자를 위해 총 차입금이 2024년 말 1,732억원에서 2025년 말 2,938억원으로 약 70% 늘었습니다. 자본조달비율(순부채/총자본)도 18%에서 26%로 올랐습니다. 업황이 계속 부진하면 이자 부담이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소재 사업부의 급격한 매출 감소: 소재 사업부 매출이 2024년 2,943억원에서 2025년 1,135억원으로 약 61% 급감했습니다. 동박 제조 장비 수요 둔화가 원인인데, 이 사업부 회복이 늦어질 경우 전체 외형 성장에 걸림돌이 됩니다.
중국 경쟁사 위협: 중국 배터리 장비 업체들(선전 레이저 등)이 빠르게 기술력을 따라오고 있습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자국산 장비를 우선 채택하는 경향이 강해질 경우, 피엔티의 중국 수출 비중이 축소될 수 있습니다.
전기차 투자 재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목표를 다시 높이거나, ESS 투자가 확대되면 배터리 제조사들의 설비 투자가 빠르게 돌아옵니다. 이미 확보된 1.5조원의 수주잔고가 빠르게 매출로 전환되고, 신규 수주도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건식 전극 장비 선점: 테슬라·현대차 등이 건식 전극 공정 도입을 본격화하면, 현재 개발 중인 피엔티의 건식 전극 장비가 차세대 표준이 됩니다. 기존 습식 장비 교체 수요까지 겹쳐 대형 수주 사이클이 열립니다.
전기차 캐즘(chasm) 장기화: 전기차 판매 부진이 2026년 이후에도 이어지면 배터리 업체들의 설비 투자 결정이 더 미뤄집니다. 현재 수주잔고가 소진된 이후의 신규 수주가 불투명해지면서 매출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신사업(LFP 소재·배터리) 실패: 배터리 셀과 양극재는 피엔티의 본업이 아닙니다. LFP 배터리 시장에는 CATL 등 세계 최강의 중국 업체들이 있습니다. 소재·셀 사업에 투자한 수백억원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지고 핵심 장비 사업의 경쟁력까지 희석될 수 있습니다.
본 보고서는 투자 권유가 아니며, 공개된 사업보고서 및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분석 참고 자료입니다. 투자 결정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