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는 옛 대림산업의 건설사업부에서 2021년 독립 출범한 종합건설회사다. 아파트를 짓고, 도로와 교량을 놓고, 정유·석유화학 공장을 세우는 것이 이 회사의 일이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e편한세상'과 'ACRO(아크로)' 아파트 브랜드로 친숙하다.
사업은 크게 세 축으로 나뉜다.
| 사업부문 | 2024년 매출 | 비중 |
|---|---|---|
| 주택사업 | 4조 9,481억원 | 58.7% |
| 플랜트사업 | 2조 868억원 | 24.9% |
| 토목사업 | 1조 3,710억원 | 16.3% |
주택사업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공 기관, 그리고 민간 시행사가 주요 고객이다. 쉽게 말해, 조합이나 공공기관이 "우리 땅에 아파트 지어줘"라고 하면 DL이앤씨가 짓고 공사비를 받는 구조다.
플랜트사업은 정유소, 석유화학 공장, 발전소 등 대형 산업설비를 설계·조달·시공(EPC)하는 사업이다. 국내에서는 S-OIL 같은 정유사가, 해외에서는 미국·사우디·러시아 등의 에너지 기업이 발주처다. 2024년 플랜트 매출은 전년 대비 28.9% 급증했는데, S-OIL 샤힌 프로젝트(약 1조 4,253억원 규모) 같은 대형 공사가 본격 진행된 덕분이다.
토목사업은 도로, 터널, 교량, 댐 등 사회 인프라를 짓는 사업이다. 영동양수발전소(약 4,380억원)처럼 발전 인프라도 여기에 속한다.
자회사 DL건설(2024년 완전 자회사 편입)이 주로 국내 주택·토목을 담당하며, 본사인 DL이앤씨는 대형 프로젝트와 해외 사업에 집중하는 구조다.
국내 건설업의 서열은 매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로 가늠할 수 있다. 2025년 기준, DL이앤씨(11조 2,183억원)는 업계 4위다. 그 위로 삼성물산(1위, 34조 7,219억원), 현대건설(2위, 17조 2,485억원), 대우건설(3위, 11조 8,969억원)이 있다.
DL이앤씨가 경쟁에서 내세우는 강점은 두 가지다.
첫째,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다. 많은 건설사들이 매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공사도 받아가는 경향이 있다. DL이앤씨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돈 안 되는 공사는 안 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원가율(매출 대비 공사비 비율)을 업계 최상위 수준으로 관리해왔다. 2024년 별도 기준 원가율은 88.5%로 경쟁사(GS건설 약 9395%, 포스코이앤씨 약 9899%)보다 현저히 낮다. 쉽게 말해 100원어치 공사를 받았을 때 경쟁사가 93~99원을 쓰는 동안 DL이앤씨는 88원만 쓴다는 뜻이다.
둘째, 40년 이상의 해외 플랜트 EPC 경험이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 플랜트 수주에 성공한 이래, 중동·러시아·미국·동남아에 걸쳐 대형 화학·정유 플랜트를 완수해온 이력이 있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이 규모 공사를 맡겨본 회사"를 선호하기 때문에, 축적된 수행 실적 자체가 진입장벽 역할을 한다.
반면, 현재의 한계도 분명하다. 경쟁사들(현대건설, 대우건설)이 한국형 대형 원전(APR1400)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원전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 비해, DL이앤씨는 원전 분야에서 후발 주자다. 또한 보수적인 선별 수주 전략으로 인해 2024년 신규 수주액이 줄었고, 특히 2025년 플랜트 신규 수주(약 4,063억원)가 목표 대비 크게 미달했다. 외형 성장 측면에서는 동종 업계 대비 모멘텀이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산업 방향성 — 건설업의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
국내 주택 시장은 고금리·미분양 누적·인구감소 등으로 구조적인 침체 국면에 있다. 이 환경에서 단순히 아파트를 더 많이 짓는 것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 수요 폭발, 노후 산업시설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플랜트·에너지 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DL이앤씨가 눈을 돌리는 곳이 바로 이 시장이다.
회사의 베팅 1 — SMR(소형모듈원자로) 시장 선점
DL이앤씨는 2023년 미국 SMR 기업 엑스에너지(X-energy)에 2,000만 달러(약 580억원)를 투자해 지분 약 2%를 확보했다. 엑스에너지는 아마존 데이터센터용 전력과 다우(Dow) 케미칼 공장 전력 공급을 위한 SMR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DL이앤씨가 이 회사의 초기 투자자로 올라탄 이유는 단순한 재무 투자가 아니다. SMR은 기술을 설계하는 회사와 실제로 짓는 회사가 별도로 필요한 구조다. 엑스에너지가 설계를 담당하고, DL이앤씨가 짓는 역할을 맡는다는 그림이다. 미국 정부가 2030년까지 새로운 원전 건설에 75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주 파이프라인이 현실화될 경우 DL이앤씨는 미국 SMR 건설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져갈 수 있다. 다만 4세대 SMR 상용화는 2030년 이후로 전망되며, 당장의 실적 기여보다는 5~10년 후를 내다본 포석이다.
회사의 베팅 2 —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단순 건물이 아니라 정밀한 전력·냉각 설비와 구조 설계가 필요한 고난도 구조물이다. DL이앤씨는 2025년 9월 가산 데이터센터(글로벌 운용사 디지털리얼티 발주)를 준공하며 실적을 쌓았다. 플랜트 EPC에서 익힌 정밀 설비 시공 역량 → 데이터센터라는 고부가가치 건물로 확장 → 글로벌 IT 기업들의 반복 발주로 이어지는 구조를 노리고 있다.
회사의 베팅 3 — 이란 재건 시장
DL이앤씨의 전신인 대림산업 시절부터 이란 건설시장에서 강점을 쌓아왔다. 현지 네트워크와 수행 경험이 업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란 간 핵 협상 진전 및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란 재건 수요(석유·가스 플랜트, 발전소, 인프라 전반)가 수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이란과의 거래 제재가 해소되면 → 노후화된 이란 산업 인프라 전반의 재건이 시작되고 → DL이앤씨가 풍부한 현지 경험을 바탕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외교·정치적 변수에 크게 의존하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불확실성도 높다.
플랜트 수주 공백
가장 직접적인 위험이다. 2024년 DL이앤씨의 플랜트 수주잔고는 2023년 말 5조 4,200억원에서 2025년 말 약 2조 5,00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수주잔고비율(현재 잔고 ÷ 연간 매출)이 약 1년치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등 대형 공사가 2026년 준공될 경우, 뒤를 이을 대형 프로젝트가 없으면 매출이 크게 꺾일 수 있다. 2026년 플랜트 수주 목표(3조원)는 전년 실적(4,063억원) 대비 7배 이상으로 매우 높게 설정됐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2027년 이후 실적 공백이 현실화된다.
자회사 DL건설의 수익성 악화
DL건설의 2024년 영업이익률은 0.6%로 사실상 본전 수준이다. 같은 기간 토목 부문 원가율이 104.5%로 적자 구간에 들어갔고, 공사 미수금(공사를 했는데 돈을 못 받은 금액)도 2023년 133억원에서 2024년 약 1,969억원으로 급증했다. DL건설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지금, DL건설의 부실은 곧 DL이앤씨 연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된다.
국내 주택 시장 위축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택 부문이 구조적 침체에 놓여 있다. 고금리, 미분양 누적, PF(프로젝트파이낸싱, 공사 전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부실 우려가 맞물려 있다. 분양 성적이 부진한 현장이 늘수록 공사비 지연·회수 불능 리스크가 커진다.
상승 시나리오
플랜트 대형 수주 성사: 2026년 수주 목표로 제시한 플랜트 3조원 중 일부라도 대형 프로젝트로 채워진다면, 수주잔고 공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2027년 이후 실적 가시성이 확보된다. 이란 재건 시장의 본격 개방이 맞물린다면 추가 상승 여력이 크다.
SMR 프로젝트 수주 계약 체결: 엑스에너지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건설 허가가 2026년 말 발표 예정이다. 허가가 승인되고 DL이앤씨가 시공 참여 계약을 맺는다면, 시장은 이 회사를 단순 건설사가 아닌 '에너지 인프라 디벨로퍼'로 재평가하기 시작할 것이다.
DL건설 수익성 회복: 토목 부문 원가율이 정상화되고 공사 미수금이 줄어드는 흐름이 확인되면, 연결 기준 전체 수익성이 회복되며 기업 가치가 다시 높아지는 국면이 올 수 있다.
하락 시나리오
플랜트 수주 공백 장기화: 2026년에도 대형 플랜트 수주가 부재하다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준공되는 2027년부터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는 수익성 악화와 시장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DL건설 추가 부실 발생: PF 보증 사업장의 부실이 현실화되거나, 대손충당금(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을 미리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추가로 대규모 반영될 경우, DL건설발 충격이 DL이앤씨 전체 실적을 흔드는 상황이 올 수 있다.
SMR 상용화 지연 또는 엑스에너지 계획 차질: 미국 원전 규제 절차 지연, 엑스에너지 사업 계획 변경 등으로 인해 DL이앤씨의 EPC 참여가 미뤄질 경우, 시장이 기대하는 신사업 성장 스토리가 약해지며 가치 재평가 모멘텀이 꺾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