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앤에프는 옷을 직접 만드는 공장 없이 브랜드만 운영하는 패션 전문 회사입니다. 쉽게 말해 '기획·디자인·마케팅'은 자기들이 하고, 실제 옷 만드는 일은 외주 공장에 맡기는 구조입니다. 1999년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로부터 아시아 의류 판권을 최초로 취득한 것이 지금 회사의 기반이 됐습니다.
현재 운영하는 브랜드는 크게 두 축입니다. 하나는 라이선스 브랜드로, MLB(야구 문화를 입힌 스트리트 캐주얼), DISCOVERY EXPEDITION(아웃도어), MLB KIDS(키즈)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직접 소유한 자체 브랜드로, DUVETICA(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SUPRA(스케이트보드 기반 스트리트웨어), SERGIO TACCHINI(유럽 테니스 스포츠웨어)가 있습니다.
2025년 사업부문별 매출 구성 (연결 기준)
| 구분 | 매출액 | 비중 |
|---|---|---|
| 국내 패션 | 약 8,420억원 | 43.5% |
| 해외 패션 | 약 1조 860억원 | 56.1% |
| 기타(엔터 등) | 약 72억원 | 0.4% |
| 합계 | 약 1조 9,340억원 | 100% |
돈을 버는 핵심 구조는 이렇습니다. 국내에서는 백화점·면세점·대리점에 브랜드 제품을 납품하고 수수료를 받거나 직접 판매합니다. 해외에서는 중국법인(에프앤에프 차이나)이 T몰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직영·대리점을 통해 MLB를 팝니다. 2025년 기준 중국법인 단독 매출이 약 9,603억원으로, 전체 연결 매출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중국이 이 회사의 가장 큰 돈줄인 셈입니다.
에프앤에프의 주요 경쟁사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한섬, 코오롱 FnC 등 국내 패션 대기업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매출 1~2조원대이고 에프앤에프와 비슷한 규모에서 경쟁합니다.
그런데 2025년 성적표를 보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삼성물산 패션,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전통 패션 대기업 대부분이 내수 침체로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로 돌아선 반면, 에프앤에프는 매출 2%, 영업이익 4%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패션 상장사 49개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성장한 12개사에 에프앤에프가 포함됩니다. 영업이익률은 약 21.9%로, 삼성물산 패션(6%대), 한섬(3.5%)을 압도하는 수준입니다.
에프앤에프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MLB라는 단일 메가 브랜드의 힘입니다. MLB는 야구 문화에 스트리트 감성을 결합한 독특한 포지션 덕분에 한국과 중국에서 타 브랜드가 흉내 내기 어려운 팬덤을 형성했습니다. 단순히 운동복이 아니라 '스타일'로 소비되기 때문에 가격 저항이 낮고 반복 구매율이 높습니다.
둘째, 중국 시장 선점입니다. 2019년 T몰 진출을 시작으로 중국 온·오프라인 유통을 일찍 장악했습니다. 중국 소비자가 MLB 야구모자와 의류를 일상복으로 받아들이면서, 경쟁사들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동안 에프앤에프는 중국법인 매출 12% 성장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셋째, 디지털 역량입니다. 회사는 상품 기획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DT, Digital Transformation)했습니다. 덕분에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재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타 패션 기업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의 핵심 이유입니다.
산업 방향성 — 스포츠라이프스타일, 구조적 성장 중
글로벌 스포츠 의류 시장은 4%대 연평균 성장률로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운동과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애슬레저(Athleisure)' 트렌드가 굳어지면서 스포츠 감성의 캐주얼 브랜드가 전통 의류 브랜드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에프앤에프의 주력 포트폴리오(MLB, DISCOVERY, SERGIO TACCHINI)는 이 흐름 정중앙에 있습니다.
회사의 베팅 1 — DISCOVERY의 중국 확장
에프앤에프는 2024년 7월 DISCOVERY의 아시아 사업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그해 11월 중국 장춘에 1호점을 열었습니다. 2025년에는 중국 내 인지도 제고 마케팅에 집중 투자했습니다(광고비가 전년 대비 159억 증가한 주요 원인). 이 베팅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MLB가 중국에서 성공한 공식(온라인 진입 → 오프라인 확장 → 브랜드 팬덤 형성)을 DISCOVERY에도 똑같이 적용하면 → 제2의 중국 매출 축이 생기고 → 결국 중국 매출 다변화와 전체 규모 확대가 가능합니다. 2026년 베이징·상하이 등 핵심 거점 도시 위주로 매장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하반기부터 실적 기여가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회사의 베팅 2 — SERGIO TACCHINI의 북미·유럽 확장
2022년 711억에 인수한 SERGIO TACCHINI는 2025년 매출 487억으로 전년 대비 30.7% 성장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라이선싱 사업으로 안정적인 로열티를 받고, 북미에서는 홀세일(도매 유통) 방식으로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습니다. 테니스 스포츠가 MZ세대에게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 세르지오 타키니의 코트 감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재조명받고 → 유럽·북미에서 브랜드 인지도 기반의 안정적 수익원이 됩니다.
회사의 베팅 3 — MLB 단일 의존도 탈피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회사 자체적으로 "MLB 단일 메가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DISCOVERY, SERGIO TACCHINI, DUVETICA의 동시 확장을 통해 특정 브랜드나 지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를 바꾸려고 합니다. 다양한 브랜드가 각기 다른 지역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완성되면 → 경기 변동이나 한 브랜드의 트렌드 변화에 덜 흔들리게 되고 →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MLB 라이선스 의존도
에프앤에프의 핵심 브랜드인 MLB는 자체 소유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MLB)로부터 아시아 판권을 받아 운영하는 라이선스 브랜드입니다. 라이선스 계약 조건이 바뀌거나 갱신이 안 된다면 회사의 근간이 흔들립니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한 공개 정보가 많지 않아, 라이선스 계약 기간과 조건은 투자자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확인이 필요한 리스크입니다.
중국 시장 집중 리스크
연결 매출의 약 절반이 중국에서 나옵니다. 중국 소비 심리가 나빠지거나, 반한(反韓) 감정이 고조되거나, 중국 정부의 유통 규제가 강화되면 직격탄을 맞습니다. 실제로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MLB의 프리미엄 포지션(고가 의류)이 첫 번째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환율 변동성
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 유로화 등 다양한 통화로 매출이 발생합니다.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해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듭니다. 보고서 기준으로 달러 환율이 10% 변동하면 당기순이익에 약 72억원의 영향이 생깁니다.
DISCOVERY 중국 확장의 실행 리스크
MLB 성공을 DISCOVERY에 반복하겠다는 전략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만, 두 브랜드는 성격이 다릅니다. MLB는 야구라는 전 세계적으로 익숙한 문화가 있지만, DISCOVERY EXPEDITION은 아직 중국 소비자에게 생소합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마케팅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됩니다.
상승 시나리오
중국 DISCOVERY가 궤도에 오른다: 2026~2027년 베이징·상하이 핵심 거점 매장에서 평당 매출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라온다면, DISCOVERY가 MLB에 이은 제2의 중국 성장 엔진으로 입증됩니다. 이 경우 에프앤에프는 중국에서 두 개의 조 단위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될 수 있습니다.
MLB 아시아 확장이 본격화된다: 현재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폴·캄보디아·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Wholesale 방식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습니다. 동남아 경제 성장과 함께 MLB 매장 수 및 매출이 유의미하게 늘어나면, 중국 외 해외 매출 기반이 탄탄해집니다.
SERGIO TACCHINI 북미 성장 지속: 테니스 열풍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북미 홀세일 매출이 30% 이상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자체 보유 브랜드에서 안정적 수익이 발생해 라이선스 의존도가 구조적으로 낮아집니다.
하락 시나리오
중국 소비 침체가 심화된다: 중국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MLB 같은 프리미엄 의류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면 중국법인 매출 성장이 꺾입니다. 중국법인 매출이 역성장으로 돌아선다면 연결 실적 전체에 충격이 옵니다.
MLB 라이선스 계약에 문제가 생긴다: 계약 조건 변경, 로열티 인상, 혹은 갱신 협상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온다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이 훼손됩니다. 이것이 공시된다면 시장의 반응은 매우 클 수 있습니다.
DISCOVERY 중국 확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마케팅 투자 대비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느리고, 매장 효율이 MLB 수준에 크게 미달한다면 수년간의 투자가 회수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판매비와 관리비 부담만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됩니다.